집안일과 농삿일도 하며 틈틈이 모시를 짜며 바쁘게 생활하는 한산의 아낙들에게 한산모시장은 새벽에 열려 고맙기만한 곳이기도 하다.
모시장이 새벽에 열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모시의 특성 때문인데, 모시는 습기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속도가 빠른 특성을 갖고 있어 새벽안개의 습기를 머금은 모시를 백열등 아래서 비춰보고 만져봐야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는 오랜 전통의 모시감별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새벽 4시, 해가 이른 여름날 먼동이 터오르지 않은 시각의 한산모시장 주변. 어디서 오는지 하나 둘 어둠을 뚫고 모시를 보자기에 곱게 싸 안은 시골 아낙들이 모여든다.
이즈음 새벽의 정적을 깨며 장터앞에 도착하는 경운기와 자동차 소리가 부산해지면 모시검사소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생산자가 팔려고 하는 모시가 한산모시인지를 우선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 검사를 마치지 않으면 유통을 할 수 없도록되어 있다.
한산모시의 신뢰성을 높이고 질좋은 모시가 유통되도록 하기위해 장내에 마련된 모시검사소는 확인도장을 받으려 줄서기를 하는사람, 도장을 받아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시검사를 마친 아낙들이 아직 열리지도 않은 필모시장내를 서성일 무렵. 장터 입구부터 필모시장이 열리는 입구까지 약 15평 남짓 되는 공간에 벽을 등받이 삼아 기대않은 농촌아낙들이 필모시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은 다름 아닌 태모시와 모시굿을 사고 파는 장터로 태모시는 모시굿 생산자에게, 모시굿 생산자는 필모시생산자에게 각자의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다.
태모시는 종근을 심어 저마를 재배하고 다 자란 모시풀을 베어 모시풀 껍질에서 섬유질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하게 되며, 모시굿은 생산과 직접 연결되는 과정으로 생산자가 이(齒牙)로 직접 실처럼 가늘게 쪼갠 모시째기와 모시째기를 거쳐 만들어진 실토막들을 무릅 맨살에 올려놓고 잇는 모시삼기과정을 거쳐 생산되며 보통 한사람당 5~10일에 걸쳐 3~5개의 모시굿을 생산하게 된다.
직사각형의 긴 탁자와 의자, 그리고 삿갓을 씌운 백열등이 설치되어 있는 필모시장의 새벽 5시.
백열등 불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모시 생산자와 거간꾼간 흥정이 벌어진다.
가격이 안맞았는지 백열등 아래 펼친 모시를 싸들고 다른 곳에 밝혀진 백열등을 향하는 사람, 어두운 곳이지만 한눈에 보아도 곱디 고운 세모시를 한푼이라도 싸게 사려는 중간상인과 더운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며 한올 한올 정성을 기울였을법한 최상품의 필모시를 자식처럼 곱게 간추리며 제값을 받으려는 모시생산자간의 입씨름은 언성은 높지 않으면서 두런 두런 옛이야기 하듯 정겨운 풍경이다.
동틀 무렵 새벽닭이 목청 돋구는 아침의 시골풍경 같은 한산모시장의 새벽 진풍경은 평화로운 한산의 아침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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